글로벌 기업들이 장악했던 국내 연속혈당측정기(CGM) 시장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아이센스(099190)가 개발한 첫 국산 CGM ‘케어센스 에어’가 본격 판매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CGM은 당뇨병 치료제 및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과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만큼 CGM을 유통하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아이센스는 조만간 ‘케어센스 에어’의 국내 유통·판매 파트너 계약을 맺는다. 국내 기업이 독자 기술로 개발한 최초의 CGM이다. 올 6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아 국내 출시됐고 내년 1분기 유럽 인증 취득을 목표로 해외 출시도 준비 중이다. 내년 본격적인 국내외 판매를 앞두고 송도2공장을 증설해 생산시설도 확충했다.
CGM이란 기존 채혈 방식의 자가혈당측정기(BGM)와 달리 피하지방에 센서를 달아 연속으로 혈당값을 측정하는 기기다. BGM보다 정확성은 떨어지지만 채혈이 필요 없고 혈당 추이 분석이 쉽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휴온스(243070)가 덱스콤의 ‘G6’·‘G7’, 대웅제약(069620)이 애보트의 ‘프리스타일 리브레’, 한독(002390)이 메드트로닉의 ‘가디언 4 시스템’의 국내 판매·유통을 맡고 있다.
안주원 DS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에도 수입 CGM 제품들이 판매되고 있지만 아이센스가 편의성 및 사용 기간을 늘리는 등 기존 CGM 대비 차별성을 갖고 있는 만큼 시장 침투율도 빠르게 올라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약사 입장에서 CGM 시장이 중요한 이유는 당뇨병 치료제 시장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애보트는 지난달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CGM을 사용하면 GLP-1 계열 치료제를 복용하는 환자들의 복약 순응도가 높아진다” 며 “CGM과 GLP-1 계열 치료제를 병용해 효과적으로 당뇨를 관리할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한독은 ‘아마릴’ 시리즈와 ‘테넬리아’ 등 다양한 계열의 당뇨병 치료제를 보유했고 대웅제약은 나트륨‧포도당 공동수송체 2형(SGLT-2) 계열의 ‘엔블로’를 올 5월 출시했다.
CGM은 급성장이 예상되는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과도 연결된다. 혈당 등을 지속적으로 추적하고 관리해야 하는 당뇨병의 특성상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한 치료 효용성이 높기 때문이다. 카카오헬스케어는 CGM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 아이센스에 이어 6일 덱스콤의 국내 파트너사 휴온스와도 계약을 체결했다. 카카오헬스케어 측은 “CGM으로 측정하는 혈당과 생활 습관 데이터를 결합해 국내외에서 초개인화 디지털 혈당 관리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라며 “병원 전자의무기록(EMR)과 데이터를 연동해 의료진 편의성도 개선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되면 소프트웨어인 헬스케어 플랫폼이 하드웨어인 CGM 판매를 견인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소비자가 편리하다고 느끼는 플랫폼과 연계된 CGM을 선택하는 경향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2019년 1063억 달러(약 138조 원) 규모에서 연 평균 29.5%씩 성장해 2026년에는 6394억 달러(약 83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헬스케어 업계 관계자는 “북미·일본 등 해외 시장에서는 정교한 소프트웨어와 연계해 CGM 이용을 높이려는 니즈가 있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이용 편의성이 높은 플랫폼이 살아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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